본문 바로가기
  • 국민의 의무를 다하며 사는 대한민국 보통 사람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 없음

뛰어야 산다(박문규의 여정)

by 노당큰형부 2022. 8. 6.
728x90
반응형

 

 

뛰어야 산다

 

아버지는 일단의 군인인듯한 무리들에게 잡혀 젊은 청년들과 함께 숭의동 고개를 넘어 

신흥동 해광사 앞길을 지나 신흥 소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갔다.

 

거기엔 벌써 수백 명의 청장년들이 모여 있었고 군 작업모에 군복을 입은 꽤나 지위가

높은 사람인듯한 사람과 그를 따르는 일단의 군인들도 30~40 여명은 되는 듯했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중 반이상은 젊은 학생들이었으며 그들은 나라를 지키겠다고

솔선하여 지원한 사람들이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버지와 같이 식구들과 피난을

가다가 젊은 남자라는 이유로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이었다.

 

운동장 여기저기서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과,

젊은 사람이 나라를 안 지키면 누가 부모 형제를 지키냐고 계몽하는 사람들,

 

묵묵히 군인들의 지시에 따르며 열을 맞추어 진열을 짜고 앉아서 휴식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긴 장총을 메고 운동장에 모여 있는 남자들을 밖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감시하며 통제하고 있는 군인들로 뒤 범벅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느긋한 하루를 지내려던 평화롭고 화창하던 6월의 일요일 아침에 

마른하늘에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북쪽 공산당 괴수 김일성이가 탱크를 몰고 38선을 넘어 파죽지세로 남쪽으로 처내려

왔다는 소리다.

신흥학교 운동장의 확성기로 라디오? 선전 방송이 들린다.

 

"오늘 새벽 4시를 기하여 북괴 김일성이가 선전포고도 없이 탱크를 앞세워

 

 38선을 넘어 불법 남침을 자행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국군이 괴뢰군들과 용감 무쌍하게 맞서서  막아 내고 있습니다

 

 국군들이  곧 그들을 몰아낼 것이니

 

 국민들은 동요하지 말고 고향을 지키시고

 

 외출 중이거나 휴가 중인 전장병은 속히 소속 부대로 귀대를 하시기 바랍니다 "

 

라디오에서는 대충 이런 내용이었지만 아나운서들의 목소리는 다급하게  끊임없이

들려왔다.

 

(38선 넘어 남침하고 있는 북괴 탱크,자료사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운동장 안에 집결된 인원이 거의 1,000 여명은 넘을 것 같았다.

 

지금은 군인들에게 더 끌려 오는 사람들도 없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여기에 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용군으로서  만약에 필요한 예비병력을 편성하는 것이라 한다.

 

연단에 서서 지휘하는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1,000여명의 남자들을 편대를 짜기 시작했다.

하나의  편대를 중대라고 불렀으며 그 인원이 약 100여명이 되었고 그 중대에는 네 사람의

군인들이 배정되었다.

 

지원자 들인듯한 젊은 학생들도 5 중대를 편성하고 그들은 20명의 부하들과 책임자가

직접 통솔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10중대에 배정되었는데 4명의 군인들과 통상 통명을 마쳤고 각 중대마다  

특출한 한 사람을 골라 나이와 이름을 확인하고  적어 가더니 책임자에게 가서 승인을

받는지 각 중대에 선임된 사람을 번갈아 쳐다본 후책임자의 지시가 내려졌다.

팔뚝에 차는 완장을 하나씩 주며 중대장으로 임명한다고...

 

이것 참 야단 났다,

숭의동 벌판에서 기다리고 있을 식구들, 무슨 일은 없는지,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고 끌려 오는 순간부터 애간장이 타며 썩는 이속을 어찌해야 할지....

 

 6가 넘었을까?

소 달구지 몇대로 실어온 주먹밥과 된장국이 작은 바가지로 배식되었다.

아버지는 중대장이라 가만히 있어도 중대원들과 4명의 군인이 알아서 밥을 타다 주었다.

그러나 밥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 오로지 타는 가슴을 달래보려고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주먹밥:자료사진)

 

학교 운동장 여기저기를 돌아봐도 너무 공개되어 있어 뚫고 도망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중대장 회의 집합이 있어서 교장실 안으로 들어가 회의에 참석하여

10 여개 중대의 완장찬 중대장들이 모두 모여 인사하고 난 후 예기를 들으니

 

" 탱크를 몰고 내려오는 적에게 국군이 밀리고 있다고 하는 소식과 내일 아침

 

  상황을 본 후 의용군의 참전, 혹은 후퇴를 결정하겠다

 

고 하는 내용이었다.

중대원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어찌해야 하야 할지 안절부절하며 속만 태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녁 8시쯤, 아직 월미도 쪽으로 해가 걸려 있었다.

서쪽 하늘은 붉게 물들고 멀리 바닷가 위 하늘에선 가끔 번개를 치는 듯

폭발 섬광이 번쩍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는 4명의 소대장들을 모이게 하고 앞일을 의논하는척하며 그들에게

경계심을 풀게하는면서 의용군의 임무에 대단히 충성하는 척했다.

그리고 눈치껏 분위기도 뛰우면서...

 

" 이렇게 만났으니 인연인데 우리 같이 막걸리 한잔씩 하자 "

 

고 제의하고 지전을 몇 장 꺼내 주며 군인에게 막걸리를 사 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 대포 생각은 간절 하지만 대장에게 들키면 혼납니다 "

 

하며 중대장님이 이곳분 이시니 한번 구해 보시지요 중대장인 아버지에게 오히려 부탁을 한다.

아버지는 흐미하나마 한가닥 실낱같은 희망이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해도 넘어가고 또한 정문 보초가 일반인들 2명이 서고 있으니 잘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조급해서인가 서산에 뉘엿 뉘엇 저물어 가는 붉은 해가 너무 느려 원망스러웠다.

중대원들은 소속별로 교실과 강당에 자리를 잡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여기저기

진행을 감독하며 기회만 보고 있었다.....

 

이제 9시쯤 되었는지 밤이 깔리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나이 많은 군인을 불러 한잔 하는 시늉을 보이며 두명만 정문까지 같이 나가자고 했다.

 

그 군인은 쾌히 대답하며 조금만 더 하며  완전히 어두워 지기를 기다렸다.

아버지는 일각이 급해 미치겠는데,  

남의 속도 모르는 군인 놈은 완전히 세월아 네월아 태평세월이었다.

 

정말 냉정하고 얄밉기가 너구리 같아서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이를 갈며

주먹에 힘을 쥐고 참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 군인과 두 명의 중대원을 대동하고 왼팔에 중대장 완장을 찬 체

시침을 딱 떼고 정문을 통과한다.

 

" 중대장님 어데 가십니까? "

 

" 어 수고하시는군요 나간 사람들 없죠? "

 

" ~! "

 

" 잘 지켜요 우린 대포 한잔 생각나서 막걸리 한잔 하고 올게요~

 

하며 보초의 어깨를 다독이며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이따가 막걸리 생각나면 따라 나와요~ "

 

  ~ 얼마나 순진한 우리 동포 인가? 정문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탈출을 도와주는 보초가 아닌가?

책임자인 군인은 거기까지 배웅하고 정문에 서서 아버지와 두 명이 시장 쪽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듯

한참 바라보다가 강당으로 돌아갔다.

 

뒤를 돌아보니 드디어 정문의 불빛이 안보이고 지척이 암흑이다.

단지 시장통의 주막집만이  남포등불이 깜빡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는 같이 간 두 사람을 떼어 놓아야 한다,

728x90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