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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 의무를 다하며 사는 대한민국 보통 사람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명상과 내생각

엄마가 말해준 6.25 참상 3

by 노당큰형부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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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피난길에 얻은 병으로

큰애(문규)가 귓병이 도져 마침내 곪기 시작하고

아픔을 호소하며 자주 울며 보챈다.

그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치료란 게

시커먼 이불솜을 뜯어 성냥 개피에 말아 귓속의 고름을 닦아주고

읍내에서 구해온 깅기랍(지금의 항생제)을 숟가락에 조금 찍어 

다른 먹거리와 함께 입에 넣고 강제로 삼키게 할 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읍내엔 의원도 없었고

100여 리 이상 떨어진 대전에나 나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

난리통에 어디를 가서 치료를 받겠다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마 전 부터인가?

이 마을에도

배운자와 못 배운자 사이에 이념의 갈등이 암암리에 자연히 싹트기 시작했다.

우리의 피난길이 여기가 끝인 줄 알았는데...

 

낮에는 국군들이 인민군에게 부역한 사람들을 잡으러 다녔고

다시 밤이 되면 인민군들이 혈안이 되어 국군에게 부역한 사람들을 잡으러 다녔기에

마을에 젊은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한 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민군들이 남편을 찾는다는 것을 어른들이 귀띔을 해 주었기 알게 되었다.

 

(인민 재판장:자료사진)

 

잔인하고 더러운 왜놈들 에게서 해방이 되어 얼마나 기뻐했는가?

그래서 이제 살만 할 줄 알았는데

이제 우리말을 마음 놓고 쓰며 우리 힘으로 우리끼리 똘똘 뭉쳐 잘 살자던

이승만 대통령의 연설이 생각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

 

그런데 왜? 38선을 갈라놓았는가?

해방이 되고 나니 이제는 또 다른 말종들이 저희들 배 불리고자 무지한 서민들을

현혹하며 감투싸움을 시작했다.

민중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어떤 모리배들은 노동자 농민들을 지상 낙원에서

편하고 배부르게 살게 할 것이라고...

 

처음 맛보는 자유에 취한 순진한 우리 국민들이었다.

온갖 좋은 말로 포장된 호화스러운 사상과 이념을 내 세우며

무슨 연맹, 무슨 당, 무슨 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에 도장 찍고 가입하게 하고...

그것을 빌미로 올가미를 씌웠던 그들이다.

이 세상이 노동자가 일을 하지 않고 배 부르고 편하게 살 수 있는가?

이 세상이 농민이 밭 갈고 등짐 지지 않고 편안하게 낙원에서 살 수 있는가?

모두가 낙원에서 살면 노동은 누가 하고 농사는 누가 짓는가?

 

며칠 전부터는 낮과 밤을 구분하여

국군과 인민군 놈들이 출몰하며 동리인들의 무고한 고발에

은둔의 나날을 보내며 피를 말리는 도피생활을 하게 되었고,

 

버티다 못한 시어머니와 나는 문규와 필규를 업었고

병필이 삼촌과 남편은 보따리 몇 개를 지게에 지고

으슥한 밤을 틈타 또다시 피난길에 나서야만 했다.

 

(6.25 피난 모습 자료사진)

 

얼마간 머물었던 문간방에는

시아버님만 남아계시고

우리 식구 모두는 깊은 산속으로 숨어야 했다.

 

보은군 회북면 송평리 고려 장터 팔매실의 밤길은 정말 험했다.

숲 속의 칡넝쿨과 아카시아, 온갖 잡목들을 헤치며 안으로 안으로 들어 가는대

밤 길 이건만 파리와 모기는 얼마나 많은지

그 소리가 마치 비행기 소리와 같았다.

무척 깊이 들어왔는데도 사람들이 다닌 흔적도 있고

여기저기 구덩이가 파여져 있고 송장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인적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야 한다며 계속 나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어머니 등에 업힌 큰애(문규)가 고통을 못 이겨 자지러지게 울어대고

그 소리가 숲 속으로 퍼져 나갔다.

이리되니 같이 가던 사람들이 우리를 떼어 놓으려고 힐끔 돌아보며

"그 아이 때문에 우리 다 죽겠소"

하며 앞으로 내 달려 나가고 뒤에 처진 우리는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 큰애를 보며 그저 들키지 않기만을 애간장을 태우며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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