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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 의무를 다하며 사는 대한민국 보통 사람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이것이 인생

이렇게 살았다 2,아버지의 눈물

by 노당큰형부 202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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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서 전역한 후 열흘도 안 쉬고 생활 전선으로 뛰어나간

큰 아이 문규,

이 아이가 어릴 적을 생각하면 이렇게 자라 준 것이 고마울 뿐이다

살아갈 희망이 없던 병약하던 꼬맹이였는데

늠름하게 잘 자라

군대까지 마치고 나온

아주 잘생긴 나의 큰 아이 문규,

 

 

태어나서부터 삶과 죽음의 모질고 험한 순간을 무수히 견디어 내더니,

이제는 집안 살림살이를 걱정하며 아무도 시키지 않은

힘에 벅찬 일을 스스로 해 나가고 있다

오늘 같은 매서운 추위에 얼마나 힘들까?

잠이 안 온다. 너무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밤새 잠을 못 자고

뒤척이며 밤을 새웠다. 

 

윗목의 바람벽에는 성애가 하얗게 피고 유리창에도 두꺼운 성애 꽃이

여러 형상으로 피어있는 모습을 보니

오늘 아침도 엔간히 추위가 매울 것이리라…..

나는 통금 해제 사이렌이 울리자마자

아들이 일하는 하인천 부두 수산물 경매장으로 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보았다.

 

겨울 선창가 매서운 바람과 추위 속에…

저기 멀리 얼어붙어 졸고 있는가로 등 불 빛 아래서

목도리로 얼굴을 푹 감아 뒤집어쓰고,

얼굴에서는 하얀 콧김을 연심 뿜으며 추위와 싸우며 잠시도 쉬지 않고 발을 구르며

몸을 움직이는 한 사람을 보았다

내 아들 문규다…

 

그를 본 순간 내 아들임을 직감하였고

지금 이 시간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따듯한 이불속에서 행복한 단잠을 자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 시간이건만,

묵묵히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고생을 자처하며 이 곳에 서 있는 것이다

가끔 언 손을 입으로 호호 불고 있는 그 모습을 보니

온몸에 북 받히는 血淚(혈루)가 내 두 눈을 적시며 애간장을 끓이고 있었다.

 

"문규야 아버지가 가난하고 못나서 미안하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주는 네가 고맙다."

 

문규가 서 있는 그 앞으로 목도 꾼들이

생선 상자를 메고 수없이 오, 가길 반복하고 있었고

불빛이 환한 고깃배의 담 부리(배 갑판 밑의 저장실)에선 여러 명의 선원들이

하얀 입김을 연신 내뿜으며 생선 상자를 들어 올리고,

들어낸 상자를 5개씩 쌓아놓으면 2인 1조의 목도들은

그것을 어깨에 메고 "홋도~홋도~" 혹은 "으쌰~으쌰~" 하며

자기들의 구령 소리에

발을 맞추어 경매장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내 아들이 그 한 중간에 서서 온 몸으로 추위와 싸우며 도방(盜防)을 하고 있다.

밀려오는 추위를 이기고자 발을 동동 구르며 양손은 양쪽 겨드랑이에 끼워 넣어

어는 손을 녹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아마도 밤 12시부터 새벽 5 시가 넘은 지금까지 저렇게 저 자리에서 고통을

견디고 있었음을 생각하니 또 한 번 눈물이 절로 흐른다.

나는 얼굴에 차갑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속으로 흐느끼며 또 한 번 중얼거렸다

 

"문규야 아버지가 가난해서 미안하다"

 

이 새벽 추위에  19 공탄 화로가 따듯한 국밥집에서 얼은 몸을 녹이도록

따끈한 국밥 한 그릇 사주고 싶었지만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일 것 같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도 못할 거면서 왜 여길 왔단 말인가?

후회가 된다.

 

문규가 볼세라 뒤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 몸은 꽁꽁 얼어붙는 듯 아려 왔다.

 

"세상에 나처럼 못난 아버지가 또 어디 있을까?"

 

 

.....

 

 

(아버지 아버지가 다녀 가신 것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박문규의 정원에선 지금 날이 밝는대로 배추 납품때문에 바쁠 것 같습니다

5,000포기를 업체가 인력을 동원해 뽑아 가는데 지금 그 곳에 나가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편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운전면허를 취득했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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